0306 '세금으로 사는 삶’이라는 왜곡된 인식 참담 - 에이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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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담센터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6-03-06 08:54본문
【에이블뉴스 권명길 칼럼니스트】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해서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한다. 그리고 가족의 부담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인다.
필자도 이 제도를 통해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평일과 주말, 주어진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은 비교적 정해져 있다. 식사, 약, 샤워, 청소, 세탁, 외출 준비 등 활동지원이 있어야 일상이 가능해진다.
어느 주말, 고정으로 오시던 활동지원사가 개인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개기관에 대체 인력 요청이 접수됐고, 장애 특성을 고려해 기존에 방문 경험이 있는 활동지원사부터 우선 확인했지만 모두 일정이 맞지 않았다. 결국 처음 만나는 대체 활동지원사와 연결됐다.
현관 비밀번호를 문자로 안내했고, 오후 2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인사를 나눈 뒤 바우처를 시작했다. 오후 일정은 평소와 같았다. 먹어야 할 약 준비를 하고, 화장실 신변 처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세탁기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처음 만나는 분이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이 필요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됐다.
문제는 식사 준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소화 기능이 약해져 저녁을 늦게 먹으면 밤에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는다. 오후 4시 이전에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오후 3시 20분쯤, 밥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밥솥을 물에 담가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늦어지면 저녁을 먹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돌아온 답은 “밥솥을 불려야 씻고 밥을 하지 않겠느냐,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이후 상황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가방에서 방울토마토와 다른 간식을 꺼내며 “내 생각을 해서 이것도 주려고 가져왔다”라고 하더니,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일을 시킨다며 언성을 높였다. 처음 온 사람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이어졌다.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은 일정을 요청했을 뿐이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고, 세탁기를 돌리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준비하는 일. 그게 전부였다. “내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 우리 세금으로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이어졌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장애인 역시 납세자이자 사회구성원인데. 더욱이 사회보장은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아니라, 누구나 생애 주기 어느 시점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식의 차이는 컸다.
뒤늦게 저녁 준비 방법을 묻기에 이미 식사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더니, 되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그날 나는 저녁을 굶어야 했다.
이번 일은 현장에서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태도로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사회구성원인데.
장애인활동지원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세금으로 사는 삶’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아니라, ‘권리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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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이 제도를 통해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오전과 오후, 평일과 주말, 주어진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은 비교적 정해져 있다. 식사, 약, 샤워, 청소, 세탁, 외출 준비 등 활동지원이 있어야 일상이 가능해진다.
어느 주말, 고정으로 오시던 활동지원사가 개인 사정으로 출근하지 못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중개기관에 대체 인력 요청이 접수됐고, 장애 특성을 고려해 기존에 방문 경험이 있는 활동지원사부터 우선 확인했지만 모두 일정이 맞지 않았다. 결국 처음 만나는 대체 활동지원사와 연결됐다.
현관 비밀번호를 문자로 안내했고, 오후 2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인사를 나눈 뒤 바우처를 시작했다. 오후 일정은 평소와 같았다. 먹어야 할 약 준비를 하고, 화장실 신변 처리를 요청했다. 그리고 세탁기를 돌려달라고 말했다. 처음 만나는 분이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이 필요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됐다.
문제는 식사 준비 과정에서 발생했다. 소화 기능이 약해져 저녁을 늦게 먹으면 밤에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는다. 오후 4시 이전에 저녁을 먹어야 했기에 오후 3시 20분쯤, 밥을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활동지원사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밥솥을 물에 담가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늦어지면 저녁을 먹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돌아온 답은 “밥솥을 불려야 씻고 밥을 하지 않겠느냐,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이후 상황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가방에서 방울토마토와 다른 간식을 꺼내며 “내 생각을 해서 이것도 주려고 가져왔다”라고 하더니,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일을 시킨다며 언성을 높였다. 처음 온 사람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이어졌다.
나는 그저 평소와 같은 일정을 요청했을 뿐이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오고, 세탁기를 돌리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준비하는 일. 그게 전부였다. “내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다 우리 세금으로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까지 이어졌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장애인 역시 납세자이자 사회구성원인데. 더욱이 사회보장은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을 먹여 살리는 구조가 아니라, 누구나 생애 주기 어느 시점에서든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식의 차이는 컸다.
뒤늦게 저녁 준비 방법을 묻기에 이미 식사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더니, 되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그날 나는 저녁을 굶어야 했다.
이번 일은 현장에서 장애인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태도로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동등한 사회구성원인데.
장애인활동지원은 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세금으로 사는 삶’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아니라, ‘권리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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